9시 30분 즈음에 눈이 떠졌습니다. “쫄깃쎈타”는 서쪽 방향이라서 해가 번쩍 하고 뜨는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여전히 약간 어둡고, 그리고 오늘 제주도는 흐리거든요. 아무튼 날이 흐린 건 좀 아쉬워요. 협재의 바다가 참 이쁜데, 해가 예쁘면 얼마나 더 이뻐질까 상상해봅니다. 물론 그래서 해가 질때 모습은 참 예쁘죠.
밥 먹으러 가다가 커피
씻고 나갈 준비를 하고, 근처 약 500m 거리에 있는 “담다”라는 곳에서 보말칼국수를 먹기로 합니다. 천천히 걸어가는 길에, “카페 훤”이라는 곳이 보입니다. 간판이 예쁘고, 젤라또가 맛있어 보입니다. 음, 뭐 커피 한잔 하고 움직일까 싶어서, 그냥 들어와서 커피, 아니 연유 라떼를 먹습니다. 계속 연유라떼만 먹고 있군요. 달콤한 게 맛있죠. 그럼요. 여기는 그리고 커피를 마시면서 노트북으로 뭘 하면서 바로 바다를 볼 수 있으니까요.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사실, 포항에서도 바다를 보면서 일을 할 수는 있었지만, 포항은 바다 건너에 포스코가 보여서 약간 디스토피아 적인 모습이 있죠. 물론 구룡포로 가면 달라지기는 하지만. 바다라고 다 같은 바다가 아니고, 바다마다 특유의 모습이 있죠.
영화 “콩나물”을 보면 꼬마 아이가 집 밖을 나와서 시장까지 혼자서 걸어갑니다. 그런데, 아이에게는 그 모든 곳이 여행이죠. 놀이터를 보면 잠시 놀고, 할머니를 도와주고, 목이 말라서 물을 얻어먹고 정자에서 춤도 춥니다. 저는 그런 류의 여행을 좋아해요. 하루의 일정을 빡빡하게 구성하지 않고, 대략 구성한 다음 여행을 시작하면 “예쁜 곳이 나를 유혹하면 그곳으로 갈 수 있거든요”. 여유가 있으니까요. 조금 더 생각해보면, 저는 제 삶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빡빡한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중간중간에 비어 있는 곳이 있어서, 원하면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는 정도의 탄력성. 그럼 좋겠어요. 물론, 그게 어려운 일이죠. 그러려면 1) 실력이 아주 뛰어나거나, 2) 집에 돈이 많거나 정도의 조건이 필요하겠죠.
문 닫아서 다른 곳으로
“담다”를 가보니 목요일이 휴일이네요 아뿔싸. 그래서, 찾아보다가 근처에 “재암 식당”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어디선가 추천도 받은 것 같고, 구글 맵 기준으로 3.5점(13명 평가)네요. 여기에는 오분작뚝배기가 있습니다.
7년 전 여름에 제주도에 자전거 여행을 왔었습니다. 그때, 오분작뚝배기를 먹었을 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스치면서, 여기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8,000원이군요. 약간 비싸다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만, 시켰습니다. 맛있겠지. 한쪽에 사장님이 샘킴과 찍은 사진들이 많습니다. 샘킴의 사진이 여러 장이고, 옷들이 다 다른 것을 보면, 여러 번 온 모양입니다. “맛있으니까 여러 번 왔겠지”라고 생각합니다.
아뿔싸. 맛이 아뿔싸입니다. 조개, 오분작, 뿔소라 등이 들어있고, 작은 딱새우 2마리와 게 반 마리가 들어 있습니다. 해산물은 풍부하게 들어 있어요. 다만, 문제점은 해감이 덜되었는지 국물에서 모래 같은 것들이 마구 씹힙니다.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좀 지나칠 정도로 계속 자잘한 게 씹히면 어떻게 하나요.
해산물들 특히, 조개나 소라 등에서 약간 비릿한 맛이 날 때가 있는데, 유독 많이 나더군요(제 견해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첨언을 하자면, 저는 포항에서 10년 넘게 살았고 조개구이/생새우/회 아무튼 웬만한 해산물은 다 잘 먹습니다). 18,000원이니까 돈이 아까워서 그래도 꾸역꾸역 먹다가 맛이 별로라서 결국은 좀 남겼습니다. 고등어조림이나 갈치조림이 메인 메뉴였던 걸까?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드네요.
202번을 타고, “까페 그곶”으로
어제 “쫄깃쎈타”에서 “까페 그곶”이 참 좋다고, 조용해서 쉬기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바다 뷰가 보이는 까페에서 쉬는 것도 좋지만, 대부분 그런 곳은 조금 시끄러워요. 사진 찍는 소리, 아이들 소리 등으로 매우 부산스럽죠. 그래서, 약간 안쪽에 있는 까페들에 있으면 진짜 좀 천천히 쉬는 것 같아요. 어제 있던 “최마담네 빵다방”도 그런 곳이었구요.
202번을 탑니다. 6-7 정거장만 타고 가면 되고, “재암 식당” 바로 앞에 정류장이 있습니다. 타고 가다가 놓칠 뻔했지만 잘 내려서, 찾아갑니다. 여기는 네이버/카카오 지도로는 정확한 위치가 나오지 않아요(이것도, “쫄깃쎈타”에서 얻은 정보입니다). 위치는 “한림읍 수원3길 1”이에요.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큰 간판으로 이름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저 위치를 맵으로 검색하셔서 오시고, 골목 안 쪽으로 들어오시면 왼쪽에 보이실 거에요.
가정집을 개조한 형태의 까페입니다. 음악이 조용하고, 커피가 맛있고, 치아바타도 맛있습니다(매일 파는 빵이 조금씩 달라진다고 합니다) 저는 블랙올리브 치아바타를 먹고 싶었지만, 먹지 못했습니다. 영업을 6시까지만 하고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습니다. 가급적 빨리 오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갈치조림을 먹으러 가다가 쥐치조림
“까페 그곶”에 12시 조금 넘어 도착해서 약 3시까지 있었습니다. 커피도 한 번 더 리필해서 먹었구요. 이제 슬슬 배도 고프고, 밥을 먹고 다른 까페로 움직여서 일을 좀 더 하기로 합니다. 일단 근처의 “전망대 횟집”이라는 곳에서 밥을 먹으려고 해요. 구글지도에서도, 다음지도에서도 모두 평이 좋습니다. 여기서 걸어서 약 600미터 정도 가면 되구요.
도착해서, 갈치조림을 먹으려다가, 쥐치조림으로 전향했습니다. 갈치조림은 먹을 일이 있지만, 쥐치조림은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라는 것이 이유죠. 1인분으로 팔지는 않아서, 소자를 시켰습니다만, 양이 적어요. 이거 소자 시켜서 둘이 먹으면 싸움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중자도 혼자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네요. 그래도 무(사실 조림에는 양념이 잔뜩 밴 무가 진짜 맛있죠)와 감자, 파, 양파 그리고 밥까지 삭삭 긁어먹으니까, 어느 정도 배는 찬 것 같아요. - 진미인지는 모르겠고요 사실, 그냥, 쥐치는 좀 쫄깃합니다. 음, 다음에 여기를 또 올지도 모르겠지만, 쥐치조림을 또 먹지는 않을 것 같아요. 36,000원 나왔습니다. 돈 진짜 잘 쓰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약간 죄의식이 들었지만, 뭐 여행 와서 돈을 아끼면 아니되어요.
다시 “쫄깃쎈타”로
원래 계획은 밥을 먹고 “카펜터하우스”에서 커피 혹은 맥주를 마시면서 일을 좀 더 하는 것이었는데요. 정작 “카펜터하우스”를 가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른 것 같았습니다. 분위기가 약간 낯설어서 그냥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시간이 애매해지더라고요, “까페 그곶”을 다시 가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근처에 괜찮은 로컬까페가 보이는 것 같지도 않고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쫄깃쎈타”로 돌아가서 좀 씻고, 근처에서 일을 좀 더 하거나, 저녁을 먹기로 합니다. 오늘 저녁에는 한라산 소주를 먹을 계획입니다. 즉, 오늘 대충 쳐도 10만원은 넘게 쓰겠네요.
오는 길에도 역시 202번 버스를 탑니다. 버스 안에서 꼬마 아이가 운전기사 아저씨한테 혼나고 있었어요. 약간 사투리가 섞여 있어서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꼬마가 버스 승차권을 찢어서 냈거나, 내는 척했거나 뭐 그런 것 같습니다. 아저씨가 “너 한 번만 더 그러면 진짜 엄마한테 전화 걸 거야”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예전에 용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버스 승차권을 반으로 나누어서 낸 적이 있었거든요. 저희 형이랑 나누어 가졌는데, 형은 안 걸렸지만, 저는 걸렸습니다. 그리고 울면서 내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랬죠. 많이들 그러셨겠지만.
아무튼 숙소로 돌아옵니다. 숙소 앞에는 고양이 두 마리가 있습니다. 귀여워서 가만히 보다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잠시 휴대폰을 보는 사이에 없어졌길래 어디 갔나 해서 지하로 내려가 봤더니, 밥 먹으러 갔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고양이한테 친절한 사람들이 좋습니다. 그리고 어제 먹은 맥주를 채워 넣기 위해서 편의점을 가서 제주휘트에일을 세 캔 사서 냉장고에 채워 넣었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이제 숙소 2층 입구 옆 계단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여기 노을 지는 게 이쁘거든요. “쫄깃쎈타”가 위치한 협재는 서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해가 뜨는 것은 볼 수 없지만, 해가 지는 것은 볼 수 있어요. 어차피, 저는 게을러서 해가 뜨는 것은 볼 자신이 없습니다.
아무튼, 맥주를 세 캔 사 와놓고, 두 캔을 제가 먹습니다. 아무래도 내일 좀 더 채워놓아야 할 것 같아요. 맥주를 먹으면서,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사실 여행 오기 전부터 생각했습니다. 브런치에 글감은 잔뜻 쌓여 있는데, 이걸 어느 정도는 처리해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은 것이죠. “작가의 서랍”에 너무 글이 많이 쌓여 있으니까 늘 불편한 거예요. “아 도대체 언제 좀 깔끔해지나” 싶고요. 아마도, 여행이 끝나도 큰 차이는 없을 것 같기는 합니다.
이제 갈치회를 먹으러 갑니다
“옹포 횟집”이라는 곳으로 갑니다. “쫄깃쎈타”에서 누군가가 맛있다고 해줬거나, 제가 찾다가 맛있다고 생각하거나 둘 중 하나의 이유로 기억에 남는데 무엇인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도착해서 보니, 갈치회가 없더군요. 아쉬운 대로 고등어회와 한라산을 한 병 시켜서 먹었습니다. 한라산이 예전에는 종류가 하나였던 것 같은데, 이제 17도, 21도 이렇게 두 개가 나오더군요. 오리지널은 21도였으니까, 21도를 먹습니다. 먹으면서 친구들한테 자랑도 조금 하고요. 고등어회 맛은 뭐, 아는 맛이죠.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시, “쫄깃쎈타”로
다시 숙소로 돌아갑니다. 돌아가는 길에, 맥주를 3캔 더 사서 채워 넣습니다. 돌아와 보니 숙소에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옆에 껴서 맥주를 한 잔 홀짝홀짝 거려 봅니다. 사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한 것 같은데, 이미 저 당시에 술에 꽤 취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미 맥주 500ml 두 캔과, 소주를 1명 혼자 다 먹었는데 멀쩡할 수 없죠. 아무튼, 조금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시 나와서 산책을 조금 하고 방에 들어와서 잠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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