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위치” - 왜 이 남자에게 행복한 가정을 줘야 하죠

6 분 소요

영화 - 스위치(2010)

  • 우선, 이 영화가 2010년작이라는 것을 밝히고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연도를 밝히는 것은 이 영화에 담긴 세계관이 매우 심각하게 구리기 때문이죠. 그리고, 10년 전의 영화에 ‘스포일러 포함 유무’가 큰 의미가 있나 싶지만, 본 글에서 전체 스토리를 모두 밝힙니다. 왜냐면 전체 스토리가 모두 심각하게 구리기 때문이죠. 가능하면, 보시지 않기를 추천합니다.

줄거리

  • 한 남자(윌리)가 있습니다. 이 남자는 친하게 오랫동안 지내온 여자(캐시)를 좋아했죠. 그리고, 사실 그것은 지금도 유효한 감정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늘 그 주위를 맴돕니다. 주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 그러던 어느 날, 캐시는 자신의 ‘임신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더 늦어지기 전에 임신을 해야 하겠다고 합니다. ‘남자’는 필요 없고, 임신만 해서 아이를 키우겠다고요. 좋습니다. 남편은 싫지만, 아이는 가지고 싶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자신에게 정자를 줄 사람을 찾습니다. 이 때도 윌리는 ‘자신은 어떠냐’는 식으로 접근하려고 하지만, 무시당합니다.
  • 그리고, 캐시는 자신에게 정자를 줄 남자(롤랜드)를 찾았습니다. 멀끔하게 잘생겼고, 학력 좋고, 키도 크고 아무튼 괜찮아요. 캐시는 ‘임신 성공을 기원하는 파티’를 열고, 그 파티에서 롤랜드로부터 ‘정자’를 전달받습니다. 그런데, 윌리가 그 정자를 자신의 정자로 바꿔치기 합니다. 네, 제대로 읽으신 것 맞구요, 윌리는 미친놈입니다. 물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그것을 알고 있으니까, ‘술에 만취해서 저지른 짓이며, 기억도 못할 정도로 만취했다’라는 설정을 넣었지만, ‘술은 죄가 없습니다’. 죄는 사람에게 있어요. 그리고 윌리는 ‘술에 취해서’ 저지른 짓이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합니다.
  • 그리고 그 후 캐시는 아이를 키우기에 좋은 고향으로 돌아갔고, 7년 동안 서로 연락을 거의 하지 않은 채로 시간이 지나갑니다. 아무도, 심지어 윌리조차도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모르죠.
  • 7년 후 캐시는 아들(세바스찬)과 함께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게 되고 윌리와 재회하게 되죠. 그리고 윌리는 캐시의 아들이 자신과 닮은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자신이 정자를 바꿔치기했고, 세바스찬이 자신의 아들이 맞다는 것을요.
  • 동시에 캐시는 윌리와의 사이에서 아주 조금의 썸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만, 그보다는 더 끌리는 롤랜드와 데이트를 하게 됩니다. 다만, 윌리는 세바스찬과 아주 잘 지내는 반면 롤랜드는 사이가 좋지 못하죠(유전자가 다르니까!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합당한 지적이 아니에요. 모든 자식이 부모님과 잘 지내는 것은 아니니까요).
  • 결론은 헐리우드 영화답게, 캐시가 세바스찬의 진짜 아버지가 ‘윌리’라는 것을 알게 되고 롤랜드와 바이바이하고, 윌리와 결혼해서 잘 살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네, 흔한 로맨틱 코미디의 결말이죠.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예상했던 딱 그 결말이었습니다.

문제점1) 일단, 그건 사랑이 아닙니다

  • 일단, 지가 뭔데, 다른 여자의 정자를 바꿔치기 하나요. 영화 초반에 ‘정자은행에서 받은 정자가 노숙자 것이면 어떻게 하려고?’는 말을 하더니, 본인이 그것을 그대로 증명하죠. 아니, 이건 그냥 범죄에요. 로맨틱 코미디의 소재로서 소비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당장 알아차린 순간 경찰을 부르고 소송을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캐시는 경찰을 부르지 않고, ‘세바스찬의 친부인 윌리를 남편으로서 받아들입니다’. 이 무슨, 해괴한 결말인가요.
  • 사실 진짜 웃기는 건, 윌리는 스스로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인지조차 하지 못해요. 그것을 ‘사랑’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캐시에게 고백합니다. ‘내가 니 정자를 바꿔치기 했다’라는 것을요. 솔직히, 최소한의 양심이 있고, 그게 사랑이 아니라 범죄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고백하지 못해요. 차라리, 조용히 옆에서 지켜보겠죠. 그냥 세바스찬의 행복을 빌어주면서 말이죠. 물론 그랬다고 해도, 범죄자라는 것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 그리고, 심지어 굳이 롤랜드가 캐시에게 프로포즈하는 장소에서 ‘내가 진짜 세바스찬의 아빠야’라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보고 있는 곳에서 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공간에서, 자신의 이기심과 행복을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과 명예를 망가뜨립니다. 영화 상에서 나이가 마흔은 넘었을텐데 도대체 무슨 삶을 살아왔길래, 이렇게 덜 떨어진 것일까요. 다시 말하지만, 양심이 있다면, 남의 프로포즈 장소에서 그딴 식으로 고백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결국 캐시는 이런 윌리를 받아들여서 행복하게 잘 삽니다 하하하.

문제점2) ‘정상가족’에 대한 갈망과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찬양

  • 우선, 반복해서 말하지만, 이게 ‘로맨틱 코미디’로서 소비될 만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결국 윌리와 캐시가 결합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귀결되죠. 저는 이것이 일종의 ‘정상가족에 대한 순응’이라고 보입니다.
  • 7년 동안 남편 없이 잘 살아오던 캐시는 뉴욕에 오자마자 갑자기 ‘아들의 아버지 역할을 해줄 사람’을 찾습니다. 우선, 캐시가 갑자기 ‘아버지’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상하고, 두 번째로는 7년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단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이유’로 세바스찬과 쿵짝이 맞다는 것이 이상하죠. 7년 동안 아들을 키워온 것은 엄마인 캐시이고, 아들의 유전자에는 당연히 캐시의 유전자도 상당히 섞여 있습니다만, 이 영화에서 캐시와 세바스찬의 유사성은 거의 표현되지 않습니다. 네, 위대한 정자의 힘은 엄마 유전자를 다 무시할 정도로 우성인가 봅니다.
  • 미안하지만, 이건 마치 엄마라는 존재를 ‘대리모’정도로만 인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엄마’와 ‘아들’로만 구성된 완전하지 못한 가족에, ‘유전자가 섞인 아버지’가 들어옴으로써 이 가족은 매우 완전하고 행복해집니다. 영화를 만든 사람의 구린 세계관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만약

  • 이 영화가 다음과 같은 식으로 전개되었다면 저는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이 좀 더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해결 방법 1 - 대안 가족을 제시

  • “엄마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롤랜드”이지만, “아들인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친부인 윌리인 것 같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같으면 좋겠지만, 그건 사실 불가능해. 너의 행복이 중요한 것만큼, 나의 행복도 중요하니까. 세바스찬, 엄마는 롤랜드와 결혼하려고 해. 하지만, 주기적으로 윌리와도 만나서 함께 지내자.
  • 즉, 캐시는 사랑은 롤랜드와 아이 양육은 윌리와 함께 하게 됩니다. 롤랜드와 윌리도 주기적으로 만나게 되죠. 어쩌면 나의 친부와, 내 어머니의 남자친구가 같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영화에서 이러한 형태의 대안가족을 제시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해결 방법 2 - 롤랜드를 없애고, 캐시의 감정 변화를 충실하게

  • 앞서 말한 것처럼, 캐시는 지난 7년 동안 남편 없이 잘 지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세바스찬의 아버지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죠. 만약 그랬다면 오히려 캐시의 새 남자인 ‘롤랜드’를 아예 없애고, 다시 ‘윌리’와 연결되는 식으로 했으면 자연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롤랜드’가 있음으로 인해서, 영화는 마치 ‘캐시’를 차지하기 위한 ‘롤랜드’와 ‘윌리’의 대결처럼 묘사되는데, 그 사이에서 ‘캐시’의 의견은 표현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캐시의 의견’이죠.
  • 아무튼, 돌아와서 보니, 캐시는 ‘너 같은 남자가 없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윌리는 캐시에게 ‘자신이 정자를 바꿔치기’했다는 사실을 고백하게 되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때 캐시의 감정 변화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죠. 아니, 캐시 입장에서는 ‘배신’을 당한 것이니까요. ‘가장 친한 친구가 마음대로 나의 임신의 유전자를 결정’했고, 7년 동안 키워온 아이가 내 친구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그리고 그것을 지금까지 모른 채로 살아왔다는 것은, 한 인간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불신을 전달하게 됩니다.
  • 이 감정은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 부분의 감정 변화를 매우 성의 없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냥, ‘아들이 보고 싶어 해, 그러니까 집에 가자’정도로 소비되고, 어느 순간 이미 ‘행복한 가정’이 완성되어 있습니다. 저기요. 그 변화가 중요합니다. 물론, 그 변화를 다루는 순간, 그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가 될 수 없습니다만, 아니, 원래 이런 소재는 ‘로맨틱 코미디’로 다루어지면 안 되는 겁니다.

해결 방법 3 - 사실은 윌리의 오해일 뿐이었다

  • 영화를 보면서 조금 의아한 부분이었는데, 보통 ‘인공수정을 위한 정자’는 좀 잘 보관해두지 않나요? 이 영화에서는 그냥 화장실에 보관해둡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화장실을 드나들죠(사실 말이 안 되죠, 보통 병원에서 합니다). 물론 영화적 설정일 테고, 그래야 ‘정자 바꿔치기’가 가능하니까요.
  • 아무튼 윌리는 세바스찬이 ‘자신의 아이’인 줄 알고, 계속 애정을 가지게 되죠. 그리고 캐시에게 고백합니다. “내가 정자를 바꿔치기했어!”라고요. 영화 속에서는 캐시가 ‘당황하면서 떠나’지만, 이게 아니라 만약 다음과 같이 전개되었다면 어땠을까요?
    • 캐시: “야, 무슨 헛소리야. 정자가 어떻게 바꿔치기가 되냐?”
    • 윌리: “사실은 내가 화장실에 있던 정자통에서 정자를 바꿨어”
    • 캐시: “무슨, 화장실에 정자통이 있었다고?, 롤랜드 이게 무슨 소리에요?”
    • 롤랜드: “저도 모르겠네요. 화장실..화장실..아, 그건 제가 따로 정자은행에 맡기려고 잠깐 빼뒀던 다른 것 같은데?”
  • 그리고, 친자확인을 해보니, 세바스찬은 롤랜드의 아들이 맞는 것으로 나오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윌리’에게는 ‘친부로서의 정당성’이 사라집니다. 그냥 혼자 ‘나랑 닮았다고 착각’하고 오바한 것이 되죠. 그리고, 만약 이후에 세바스찬이 윌리에게 찾아와서.
    • 세바스찬: “삼촌, 삼촌은 그냥 내가 친아들인 줄 알고 잘해준 것이에요?”
    • 윌리: “아니야, 난 그냥 네가 좋았어, 나 어릴 때 같아서”
  • 라는 식으로 전개하고, 세바스찬과 만나서 시간을 종종 보내는, 그런 관계가 되는 것으로 결말을 바꾸었다면, 더 산뜻했을 것 같습니다. 그랬다면, 어느 정도 로맨틱 코미디로서 소비될 수 있게 되죠. 유전자가 같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관계는 생성될 수 있어, 같은 것. 그런 메세지를 전달했다면 더 따뜻하게 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Wrap-up

  •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는 잘못된 영화입니다. 아주 많은 문제점들을 짚고 있죠. 하지만, 저는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잘못된 점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잘 만들어진 영화들에는 지적할 것들이 없습니다. 하지만, 잘못 만들어진 영화, 잘못된 세계관이 섞여 있는 영화들을 통해서는 ‘제가 느낀 불편함의 좀 명확하게 느끼게 되는 일들이 있어요. 앞으로도 제가 느끼기에 잘못된 영화들이 있다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바뀌면 좋아질지’를 오늘처럼 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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