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소셜 네트워크
- 얼마 전에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다시 봤습니다(왓챠 플레이로 봤습니다. 왓챠 플레이 만세). 요즘에는 본 영화를 다시 보는 일이 많아요. 영화를 다시 보면 그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많은 새로운 것들을 깨닫게 됩니다. 분류하여 짧은 여러 글을 써봤습니다.
Facebook between Us
- 이 영화는 페이스북이 만들어지기 까지의 과정(Before Facebook)과, 페이스북 탄생 이후 법적인 분쟁(After Facebook)으로 구분됩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두 부분을 시간의 흐름으로 구성하지 않고 변호인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교차편집으로 구성되어 있죠.
- 페이스북 탄생 전, 등장인물들은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하였지만 소송이 진행되면서는 모두 변호인을 사이에 두고 말을 나누게 됩니다. 즉, 이는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소통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대리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의 소통은 결국 평행선처럼 쉽게 해결되지 못하죠. 요즘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밥을 시키고, 앞사람과 대화하는 일보다 스마트폰에 열중해 있는 경우들이 많으니까요. 물론 이제는 ‘페이스북’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으로 바꾸는 것이 더 좋겠죠. 물론 같은 회사이지만.
- 실제로 왈도의 여자 친구인 크리스티는 ‘페이스북에서 왈도가 본인의 상태를 ‘single’로 표시했다는 것에 대해서 왈도에게 매우 심하게 화를 냅니다. 그리고, 왈도는 동물학대 기사로 인해 발생하는 파급효과를 두려워하죠. 이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존재하는 나의 실제 자아보다, 가상에서의 자아에 대해서 매우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묘사했다고 생각해요. 그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존재함에도 말이죠. 미안하지만 거기에는 제가 가진 많은 면중에서 어떤 부분만이 담겨 있을 뿐이에요.
장르는 구강액션
- 영화 시작부터, 대략 40분까지의 몰입감이 매우 뛰어납니다. 물론 그 뒤가 지루하다는 것은 아니고요, “정신 차려보니 40분이 지나있더라”라는 것이 정확하죠.
- 극본이 애론 소킨이고, 예전 “웨스트윙”처럼 말들이 총처럼 날아다닙니다. 이런 걸 구강액션이라고 하죠. 분명 말들로만 싸우고 있는데 타격감이 장난 아니죠.
- 이런 쪽으로는 “맨 프럼 어스”라는 영화도 장난 없는데, 이 영화는 권투 같은 타격감이 있다기보다는 음, “말로 사람을 홀리는 느낌이 강하죠”. 마치 연극에서처럼 제한된 장소 안에서 인물들이 말만 합니다만,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습니다. 제가 또 영화 얘기를 하다가 또 다른 영화 이야기를 했네요. 아무튼, “소셜 네트워크”도 진짜 말빨 끝내줍니다. 특히 대단한 건, 애론 소킨이 61년생이라는 것이죠. 이 극본을 쓸 때의 나이가 50세입니다. 하긴 뭐, 진짜 실력이 나이를 먹는다고 달라지나요.
모욕 주고받기
- 사실 이 영화는 서로가 서로에게 모욕을 되갚아 주는 영화입니다. 주커버그가 왈도에게 그러했듯, 왈도가 숀 파커에게 그러했듯, 윙클보스 형제가 주커버그에게 그러했듯 말이죠. 윙클보스 형제는 사실 돈보다, 모욕을 당한 것이 가장 화가 났던 것이죠.
- 드라마 “미생”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데, 드라마 소에서 이성민은 동창에게서 모욕을 당합니다. 동창은 “예전에는 네가 갑이었고 나는 을이었다. 이젠 내가 너에게 갑질 한번 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하죠. ‘누군가에게 모욕당했다는 것’은 돈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결국, 다시 상대방에게 모욕을 되갚아줘야만, 끝이 나죠. 사실 주커버그가 끊임없이 전여자친구를 신경쓰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자신이 그 사람으로부터 모욕을 당했다고, 부정당했다고 생각하니까요.
show me your code
- 저는 공대생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일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주커버그가 정당하게 행동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윙클보스가 마치, ‘그 모든 것이 나의 것이었어’라고 말하는 것이 진심으로 오만하고 짜증 나는 것이죠. 몇 번이나 개발자들이 뛰쳐나가는 동안 자신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 그리고, 개발자(주커버그), 기획자(윙클보스 형제+디브야)로 비율이 3:1인데 초기에 기획자가 그만큼 필요한가요? 당장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실제 인력은 단 1명뿐이라는 것이 가장 의아한 부분이죠. 네, 물론 저는 스타트업 경험이 없으니, 잘못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러함에도, 저는 이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참을 수 없는 가까운 친구의 성공
- 번외로, 왈도를 대하는 주커버그의 행동을 보면서 저는 저의 예전 고등학교 친구를 떠올렸습니다. 나름 초등학교,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함께 나와서 가장 친한 친구지만, 동시에 그 친구와 저는 약간 라이벌 관계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고3 때 성적이 쭉 오르니까, 라이벌이라는 관계가 조금 애매해졌죠. 그러나, 제가 첫 번째 수능을 망해 버려서, 저는 재수를 했고 그 아이는 H대 공대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재수를 끝내고 P공대에 입학하게 되었죠. 대학교 1학년 때 언젠가, 그 친구를 만나서 술을 마실 때 약간 취한 친구는 저에게 한 마디, “나는 사실, 네가 수능을 망했을 때 조금 좋았어” 던졌습니다.
- 저는 그 아이가 진심을 말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대충은 알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저도 제가 가까운 친구들을 성적으로 이겼을 때 느꼈던 희열감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친구이지만, 그래서 늘 비교하게 되는 가장 가까운 경쟁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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