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머니볼- 과거와 미래를 향한 상호 존중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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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머니볼 - 과거와 미래를 향한 상호 존중이 필요해

  • 얼마 전에 영화 머니볼을 다시 봤습니다.
  • 사족이지만, 저는 충청권의 야구 명문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심지어 초등학교/중학교도 모두 야구팀이 있는 학교를 나왔습니다. 네, 야구를 조금 아시는 분들은 바로 예측할 수 있는 충청권 야구 명문, 한화 이글스의 팜인 천안북일고를 졸업했죠. 따라서 오랫동안 한화 이글스 팬이 되었고 역시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습니다.

  • 더 잘 알수록 더 잘 보이니까요.
  • 그런데, 야구를 본격적으로 좋아하고 분석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그저 영화 덕후 시절이어서, “좋다고 알려진 영화”라면 일단 보고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야구를 꽤나 잘 알고 또 오랫동안 팀을 지켜본 입장에서 다시 보니, 과거에 비해서 영화 속 사람들(빌리 빈, 감독, 스카우터, 선수)의 입장에 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가령 “내가 저 상황에서는 어떠한 기분이었을까?”와 같은 일종의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즉, 훨씬 몰입해서 재미있게 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치,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재미있었나?” 하고요.

  • 왜 네 마음대로 다 하려고 하지? 하지만 이겼으니 됐다 하하.
  • 다만, 처음 볼 때에도 불편하게 느꼈는지 지금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영화 초반에 주인공인 빌리 빈이 구단의 개혁을 위해서 갑자기 세이버메트리션(데이터 기반 야구 분석가)을 고용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세이버메트리션을 다른 사람들과의 회의 없이 독단적으로 회의에 데려오게 됩니다(심지어 세이버메트리션도 갑자기 회의에 들어와서 어버버하죠).
  • 기존의 구단에도 전략분석원, 스카우터 등 해당 구단의 목적을 함께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 너무 구식이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권력이 뭉쳐지지 못해서 효과적으로 구단을 운영하기 힘들거나 다양한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그러함에도 이렇게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며, 기존의 애써오던 사람들을 면전에서 무시하는 태도는 매우 오만불손하게 느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구단은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승리를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스포츠에서는 승리가 다죠. 네, 과정이 중요하면 좋겠지만 승리가 다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만, 결국 그게 다이긴 합니다.

  • 과거의 유산(legacy)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해요.
  • 이 부분이 꽤나 불쾌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마도, 이것이 단지 야구에서 만의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죠. 소위 말하는 ‘빅데이터’와 ‘알파고’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신러닝’을 맹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이전에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비슷한 형태의 ‘알고리즘’이 존재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 머신러닝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인간의 두뇌죠. 머신러닝이 정형화된 데이터로부터만 지식과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면, (똑똑한 그리고 충분히 훈련받은) 인간은 비정형화된 데이터로부터 꽤 효과적으로 지식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러 관점에서 부족한 것도 많습니다만.
  •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기존의 레거시 시스템에도 문화는 있고 그곳에서 오랫동안 헌신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죠. 그 사람들에 대한 존중 없이, 새로운 기술이 생겼다고 해서 모든 것을 급진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마치 ‘머신러닝 광신도’의 태도 혹은 ‘머신러닝 알못’의 태도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 물론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죠.
  • 물론, 이는 반대로 말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꼰대님들”. 오래 있었다는 이유 하나로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사람들에 대해 무시하는 일 또한 많이 발생하죠. 사람이 더 정보를 정확히 판단하고 의사 결정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에 파묻혀서 왜곡된 의사결정만을 수행할 수도 있습니다. 경험이라는 것은 많은 경우 편견의 원인이 되고, 올바른 판단을 저해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 또한 그때의 세상과 지금의 세상은 달라서, 과거의 데이터 자체가 현재의 데이터에는 적합하지 않기도 하죠. 혹은,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야”라는 태도가 각 개인의 학습에 대한 갈망을 무너뜨리고, 점차 더욱 과거의 기억과 지식에 얽매이도록 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알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니까 일단 반대하는 것”인 경우도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 사실상, 독재 야구를 하고 있다.
  • 사실 빌리빈 단장의 행동은 일종의 월권 행위일 뿐이죠. 감독의 역할이 있고, 단장의 역할이 있지만, 영화 속에서 ‘감독’의 역할은 지나치게 제한됩니다(사실상 아무 역할이 없다고 봐도 되죠). 빌리빈과 그 하수인인 세이버메트리션이 팀의 중요한 선수들을 (감독과 조금의 상의없이) 스카우트하고 선수들을 직접 만나고 선수들과 작전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죠. 결과가 올바르게 나왔고 그래서 영화화된 것이겠지만 그것은 우리가 늘 욕하는 ‘프론트야구’의 전형입니다.
  • ‘프론트 야구는 무조건 틀렸다’라는 말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건 모르는 거니까요. 감독 독재의 야구인 김성근식 야구가 어떻게 몰락하는지도, 우리는 봐왔었으니까요. 결국, 단장/감독/선수 등이 잘 조화를 이루어서 나아가야 하는데, 영화 <머니볼>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그냥 ‘빌리빈’ 개인의 야구일 뿐입니다.

  • 이기면 전부인가요?
  • 그리고, 야구의 목적이 “이기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한화 팬인 제 입장에서 본다면, ‘김태균’을 팔아버리고 김태균 없이 ‘한화 이글스’가 우승을 한다고 하면, 그렇게 기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저는 처음에, ‘정근우’, ‘이용규’, ‘권혁’, ‘송은범’, ‘배영수’가 한화로 오고, 감독도 바뀌었을 때, 사람들이 이제 한화가 우승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그다지 기쁘지 않았거든요. 모든 선수가 바뀌고 유니폼만 한화인 팀이 그것을 진짜 나의 팀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허울뿐인 것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물론 이제 제가 다 좋아하는 선수들이지만).
  • 승리, 정말 중요한 것은 맞는데, “팬들의 마음”은 단장의 마음 속에 아예 빠져 있는 것 같아요. “이것이 정말 팀을 위한 길인가?”, 그냥 “빌리빈 당신의 트라우마를 구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나요”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었죠.

  • **늘 그렇듯이 영화 <머니볼>을 이야기하다가 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 문득 생각해보면 머니볼에서의 “세대교체”의 모습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져요. 요즘 새롭게 등장한 스타트업들은 기존의 규제들로 인해 사업을 자유롭게 확장하지 못하고, 기존의 사업들은 기존의 규제들 위에서 살아있기 때문에, 기존의 규제가 바뀌면 사업 자체가 어려워지죠. 저는 양쪽의 입장이 다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미래는 올 것입니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 정하는 것이 어렵고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머니볼>에서처럼 급진적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네요.
  • 물론, 그러함에도 빌리빈이 세이버메트리션에게 한 마디를 던질 때, ‘너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일에 대해서 확신이 있나?’라고 물었을 때, 그가 ‘100%(one hundred percent’라고 간결히 대답했을 때, 그 확신이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그래, 최소한 ‘단호한 결의’는 가지고 있으니까. 그럼 끝까지 가봐야죠 어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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