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Her 명장면 - A Piece of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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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Her 명장면 - A Piece of You

  • 영화 <Her>는 주인공 남자 테오도르(Theodore)와 인공지능인 사만다 사이에서 벌어지는 로맨스 SF영화입니다.
  •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 예명)가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한 영화이고, 전작은 무려, <존 말코비치 되기><어댑테이션>입니다. 제가 아직 <어댑테이션>은 못 봤지만, <존 말코비치 되기>는 어릴 적에 봤습었죠. 제가 본 영화들 중에서, (긍정적 의미에서) 이상하기로는 두-세 손가락 안에 듭니다. 또 제가 존 말코비치라는 배우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 아무튼, 굳이 감독에 대해서 언급한 이유는 제가 “이 영화는 당연히 소설 원작일 거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영화 속에서 인물들의 생각들이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는데, 보통 이러한 표현 방식은 소설에서 세밀하게 다루어지니까요. 아무튼 스파이크 존즈가 직접 각본을 썼고, 이 영화로 아카데미 각본상까지 받았죠.

A piece of you

  • 영화 <Her>에서 테오도르는 어릴 적 알고 지내다가 만나서 결혼을 하고, 별거를 하고 결국 이혼한 전 처인 캐서린(루니 마라)에게 편지를 씁니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죠.

Theodore: Dear Catherine, I’ve been sitting here thinking about all the things I wanted to apologize to you for. All the pain we caused each other.

  • 나의 캐서린. 나는 너에게 사과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면서 계속 이 곳에 앉아 있어.
  • apologize to SOMEBODY for SOMETHING: “썸바디에게 썸띵에 대해서 사과한다”는 의미입니다. “to somebody”, “for something”이라는 것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Everything I put on you. Everything I needed you to be or needed you to say.

  • 우리가 서로에게 주었던 고통들. 내가 너에게 강요한 모든 것. 내가 너에게 되도록 요구한 것과, 말하게 했던 것들.
  • put on: 우리가 흔히 아는 의미는 “입다”이지만, 그렇게 해석하면 의미가 약간 이상해져요. 캠브리지 영어 사전에서는 “to appear to have a feeling or way of behaving that is not real or not natural for you”, 즉 “상대방에게 자연스럽지 않은 것을 행동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령 “안 맞는 옷을 입다”와 유사한 표현이 되겠죠.
  • I need you to: “당신에게 내가 요구하는 것이 있습니다”가 가장 적합한 의미겠네요.

I’m sorry for that. I’ll always love you ‘cause we grew up together and you helped make me who I am.

  • 그것들에 대해서 미안해. 나는 항상 너를 사랑할 거야, 우리는 함께 자랐고, 네가 지금의 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줬어.

I just wanted you to know there will be a piece of you in me always, and I’m grateful for that.

  • 나는 그저 네가 알았으면 해, 내 속에는 항상 너의 조각들이 있을 거야. 그리고 그것에 감사해.
  • I want you to know (that): “나는 네가 알아줬으면 해”라는 표현입니다. 은근히 많이 쓰이는 것 같아서, 정리를 해두었어요.

Whatever someone you become, and wherever you are in the world, I’m sending you love.

  • 네가 앞으로 무엇이 되건, 네가 이 세계의 어디에 있건, 나는 늘 너에게 사랑을 보낼게.

You’re my friend to the end. Love, Theodore.

  • 너는 끝까지 나의 친구야. 사랑을 담아, Theodore.
  • to the end: “최후까지”, “마지막까지”를 의미하죠.

Theodore: Send.

Wrap-up

테오도르의 성장담

  • 테오도르가 캐서린에게 보낸 편지는 결국 테오도르가 사만다를 만난 이후, 본인이 이전에 비해 성장을 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증표입니다. 지난 사랑, 떠난 사랑들을 부정하면서 힘들어하기보다는 “네가 나에게 준 사랑이 나에게 흔적으로 남아 있고, 그게 고마워”라는 아주 좋은 이야기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건 테오도르의 시선일 뿐이고, 테오도르가 혼자서 느끼는 성장 이야기입니다. 저는 처음에 볼 때는 테오도르에게 몰입해서 봐서, 마냥 긍정적으로 봤지만, 다시 보니까 이 장면이 약간 캐서린에게는 싫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캐서린의 입장에서는

  • 다만, 캐서린의 입장에서는 “뭐 어쩌라고?”정도의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가령, “토요일 밤에 방에서 술을 마시며 음악을 듣다가 센치해진 남자가 전 여자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보내는 편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편지, 저는 솔직히 받으면 좀 별로 일 것 같습니다. “있을 때, 잘하지, 뒤늦게 미안하다는 마음을 이렇게 담아서 또 뭐 이렇게 자의식 과잉으로 보내는 걸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여자 친구랑 헤어지고 나서 전 여자 친구한테 보낸 편지라는 게 좀 더 이상하게 느껴지죠.
  • 사실 그냥 “미안해” 한 마디면 되는 것이니까요. 어쩌면 캐서린은 “응 알겠어. 그런데 내 삶의 부분에 너는 없어, 다 지웠거든”이라고 답하고 싶을지도 몰라요. 사랑은 쌍방이라서 동등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니까, 나에게는 그것이 따뜻한 사랑의 기억일지라도 상대방에게는 차갑고 슬픈 사랑의 기억이라서 떨쳐내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요.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 스펙트럼

  • 얼마 전에 <조커>를 봤습니다. <조커>를 보고 나서 영화 <Her>를 보면, 호아킨 피닉스의 넓은 연기 스펙트럼에 대해서 감탄을 하게 되죠. 호아킨 피닉스는 늘 “메소드 연기의 달인”급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로버트 드니로도 있습니다만, 시대가 조금 다르죠). 제가 늘 신기하게 느끼는 것은 연기를 그러한 변화 속에서 스스로의 자아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가입니다. 히스 레저의 경우, 지나치게 몰입하여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으니까요.
  • 최민식 또한, 한창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찍는 중에 엘리베이터를 탔고, 거기서 어떤 할아버지가 자신한테 인사를 하자, "이 새끼는 뭔데, 나한테 인사를 하지"정도의 생각이 들어서 흠칫 놀랐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 메소드 연기는 결국 “내가 되려고 하는 대상은 나와 별개의 사람이며, 따라서 그 사람에게 철저하게 맞추어야 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따라서, 영화의 촬영 기간 동안 내 자아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자아(내가 설정한 것이라고 할 지라도)를 유지하게 되는데,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온다고 해서 그 자아가 그냥 없어지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그의 흔적은 내 삶의 부분에 반드시 남아있게 되죠. 마치, 캐서린의 조각들이 나에게 남아 있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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