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술을 그렇게 먹었으니, 숙취가 심합니다. 사실 요즘의 저는 삶을 평안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술을 줄이는 게 필요하고, 특히 혼자서 술을 마시곤 하던 습관이 없어지는 것이 필요하죠. 이번 주말까지는 어쩔 수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술을 좀 줄여보겠습니다. 혼자 술 먹는 습관이 진짜 좋지 않으니까요.
쳌아웃과 책두권
체크아웃을 하러 내려갑니다. 어제 방에 가져다 둔 책 두 권을 그대로 들고 내려가서, 1층에서 조금 읽어봅니다. “Favorite”이라는 매거진의 창간호는 “제주의 게스트하우스”를 다루었고, 당연히 “쫄깃쎈타”의 인터뷰도 있습니다. 꼼꼼히 보지는 않았지만, 제주에는 멋진 게스트하우스가 많은 것처럼 보입니다. 다음에 여유 있을 때 또 와서 좀 쉬고 가야겠습니다.
그리고 이기주 작가가 쓴 “말의 품격”을 조금 읽다가 덮었습니다. 며칠 전에 책을 아무 곳이나 펼쳐서 어떤 부분을 읽었는데, 그 에피소드가 좋았거든요. 그래서 “일상에서 일어나는 말의 품격과 경험”에 대해서 작성이 된 줄 알았는데 제 예상과 조금 다르더라고요. “항우와 유방의 대결에서 유방이 이긴 이유”와 “유비가 덕장인 이유”로 “말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도입부에서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아서 덮었습니다. 저는 약간 사례를 단순화시켜서 이렇게 처리하는 거,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이제 다시 이동해야 하는데, 그 이동을 미룰 만큼, 책이 재밌지 않았거든요.
from해장국 to라떼
<쫄깃쎈타>를 나와서 밥을 먹으러 가기로 합니다. 원래 계획은 <담다>에서 보말칼국수를 먹는 것이었지만, 숙취가 심하므로 해장국을 먹기 위해 <삼일식당>을 갑니다. 그나저나 날씨가 정말 좋고, 햇빛이 쨍- 해서 바닷가로 가서 사진을 차차차차찰칵 찍었습니다.
202번 버스를 타고 <삼일식당>으로 가서 해장국을 먹습니다. 뜨겁습니다. 아주 뜨거워요. 좋은 뚝배기를 쓰는지, 겨우 식혀 먹었습니다. 김치가 맛있고, 해장국은 칼칼하고 끝맛이 달달합니다. 뼈다귀해장국이 아니고, 콩나물과 배추, 수육 몇 점과 간이 들어간 해장국입니다. 우선 저는 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빼고 먹었습니다. 보통 해장국류가 아주 매콤하기만 한데, 여기는 끝에 조금 달콤함이 남아서, 좋았습니다. 하여간 맛 표현 더럽게 못하네요 정말.
까페 유주 에서 커피와 다쿠아즈
근처에 커피를 먹을 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보다가, <까페 유주>라는 곳을 가기로 합니다. 건물이 정말 아름다워요. 가게 안에 소품들도 사장님이 섬세하게 하나하나 신경 쓰신 것 같아요. 흑당라떼와 다쿠아쿠라는 다쿠아즈 사이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끼워 놓은 디저트를 먹습니다. 흑당라떼는 시중에서 파는 것처럼 달콤하지는 않고, 적당한 단맛이 있습니다. 숙취를 깰 겸 먹으려고 했던 것이라서, 좀 더 달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좀 아쉽네요.
대신 다쿠아쿠가 달고 맛있군요 호호. 그리고 이 곳은 애견 동반 가능합니다. 그리고 가게 안에도 강아지가 한 마리 있는데 몹시 귀엽습니다. 다만, 저는 털 앨러지가 있고, 아까부터 조금씩 눈이 가려워지는 기분이 드는군요. 다른 곳으로 움직여야겠습니다.
공항 근처 제주미주호텔
푸딩을 판다고 하는 <우무>를 갔습니다만, 가게가 작고 안에 테이블이 없더군요. 그래서 나왔습니다. 앞에 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제주미주호텔>로 갑니다. 조바심이 나서 조금 일찍 내려버렸고, 두 정류장을 걸어서 도착했습니다. 숙소는 호텔이라기보다는 모텔에 가깝고, 오래된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운이 좋게 1인실이 없어서 좀 더 넓은 방으로 업그레이드를 받았습니다만, 아쉽게도 따뜻한 물이 느리게 나오더군요. 잠시 쉬다가 점심을 먹으러 나왔습니다.
걷고 걸어서 다시, 커피
늦은 점심을 먹어야 해서 주위를 돌아다녀 봅니다. 고등어조림을 먹으러, <좀녀마을뚝배기>를 향했지만, 도착하고 보니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입니다. 여기가 별점이 높아서 와서 먹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다시 커피를 먹으러 왔습니다. 원래는 다른 곳을 가려고 했는데, 걷다 보니 예쁜 까페가 있어서 들어왔습니다.
<커피 순>이라는 까페에요. 아주 예뻐요. 그리고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조금 신기하다고 느끼는 것은, 힙한 까페에 할아버지들이 여유 있게 커피를 드시면서 이야기를 하는 장면입니다. 사실 제주도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늘 젊은 사람들이 까페를 가득 채우고 있으니까요. 아무튼 여기 직원에게 “혹시 근처에서 맥파이드래프트를 먹을 수 이는 곳이 있는지” 여쭈었는데,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지도로 찾아봐도 없는 것 같네요. 그러고 보면, 아까 분명히 “혼자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참 쉽게 잊어버리는군요 후.
전복뚝배기와 고등어구이
아까 봐 둔 <좀녀마을뚝배기>로 가서 고등어조림을 먹으려고 했습니다만, 약간 사장님께서 양이 많다고 하시면서 만류하는 느낌이더군요. 그리고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고도 하셨습니다. 느낌이 옵니다. 아무래도 “고등어조림은 자신이 없으신가 보다”하는 느낌이 오죠. 리뷰에서도 뚝배기와 고등어구이는 괜찮다고 많이 하는데, 고등어조림을 드신 분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전복뚝배기를 시키고, 먹다 보니 양이 조금 모자랄 것 같아서 고등어구이도 시켰습니다. 전복 뚝배기는 꽤 맛있었습니다. 전복이 탱탱해서 좋았고, 저번에 먹은 <재암식당>에서 먹은 오분작뚝배기처럼 자잘한 모래들이 씹히지도 않았구요.
그리고 조금 모자라서 고등어구이도 시켰습니다. 음, 고등어구이는 늘 그렇지만, 제가 아는 맛입니다. 뭐, 물론 고등어 구이가 획기적으로 맛있기는 쉽지 않죠. 다만 잘 구우셔서, 겉은 빠삭하고 속은 촉촉해요. 괜찮습니다. 그리고 그 외의 밑반찬들도 전반적으로 깔끔합니다.
다시 커피순 으로
원래 계획은 <모퉁이옆커피>를 가는 것이었는데, 일찍 문을 닫은 것 같습니다.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는데 아쉬워요. 다시 <커피순>으로 와서 연유라떼를 먹으면서 일을 좀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삼치회를 먹으러 <추자본섬>에 가려고 합니다. 원래는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여자친구가 반드시 <추자본섬>에서 삼치회를 먹으라고 하더군요. 저는 여자친구의 말을 잘 듣습니다 호호. 네 그래서 갔습니다.
삼치회와 포만감
<추자본섬>에 도착해서 삼치회 소 자를 시켰습니다. 6만원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저녁을 그렇게 배부르게 먹으면 안 되었어요. 삼치회도 양이 아주 많았는데, 간장게장, 맑은탕, 고구마튀김, 고등어구이, 등 소위 말하는 밑반찬이 끊임없이 나오더군요. 삼치회만 겨우 먹고 나머지는 많이 남겼습니다. 삼치회는 맛있기는 한데, 또 먹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조금 미묘한 맛인 것 같아요.
아쉬운 마음
배가 너무 불러서 숙소 주위를 조금 걷다가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여행이 짧았다고 생각이 들었다가 화수목금 4일을 밀도 높게 잘 보낸 것 같습니다. 내일은 포항으로 갑니다. 내일과 모레는 워크샵이 있어서 바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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