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제주도 - 2일차

7 분 소요

문득, 제주도 - 2일차

일찍 일어나 스타벅스로 가다가 협재로

  • 어제 술도 안 먹었으니, 8시에 눈이 떠졌습니다. 일어나서 뭘 할까 하다가 일단 씻고 스타벅스로 향합니다. 스타벅스로 가는 길에 협재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찾아보니 정확히 지금 길과 반대 방향이더라고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뭐 “그래도 제주까지 왔는데 굳이 스타벅스를 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 저는 지난 1년 동안 스타벅스에서 100만 원을 썼습니다. 스타벅스를 거의 개인 스터디 까페처럼 사용하고 있죠.
  • 늘 먹는 커피를 여기서도 먹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죠. 물론 그게 프랜차이즈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일정한 품질의 제품을 전달한다는 것”, 그런데 여기서까지?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이상한 거죠.
  • 아무튼, 그래서 그냥 바로 버스를 타러 가서 약 10분 기다려서 버스를 탔습니다. 협재까지 가는데 1시간 정도 걸렸고, 30분 후부터 오줌이 마려웠지만 잘 참아봤습니다. 제가 가려는 “쫄깃쎈타”의 경우 협재리 버스정류장에서 약 6분 정도 걸어가면 되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아무튼 걸어서 내려보니 막상 오줌이 그렇게 마렵지는 않아서, 일단 아침을 먹기로 했습니다.

갑자기 문어라면과 맥주

  • 네, 저는 계획 없이 그냥 보이는 것을 먹고 마십니다. “쫄깃쎈타”로 가는 길에 “해물라면”을 판다는 곳이 보였습니다. 네, 그래서 그 표지판에서 보여주는 곳으로 따라갔습니다. “돗마담부엌”, 이라는 곳이었고 구글맵에서 평점을 찾아보니, 4.2(20명 평가)입니다. 높은 편이죠.
  • 가게에 들어가 보니, 뷰도 좋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오늘 날씨가 그다지 좋지는 못해서, 썩 예쁘게 담기지는 못했습니다. 아무튼, 쓱 보니, 문어라면이 있길래 문어라면을 주문하고 기다리다 보니, 음 맥주가 먹고 싶습니다. 아
  • 침 10시 30분에 맥주를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폐인스러운가, 라는 생각을 조금 하기는 했지만, “나는 여행 중이고 어제도 안 먹었는데 뭐가 문제야!”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주 펠롱 에일”을 먹었습니다.
  • 적당히 쌉싸름해서 라면이랑 삼삼하게 먹기에 좋았습니다. 풍경이 좋으니까, 생각보다 한참 걸려서 다 먹게 되더군요. 조금 먹고, 맥주 먹고 조금 먹고 풍경 보고 천천히 쉬다가 라면 먹고 등등. 라면에는 문어의 긴 다리가 2-3개 그대로 들어 있고, 큰 새우 두 마리 조개, 홍합 등 다양한 해물이 정말 잔뜩 들어 있습니다. 가격은 만 오천 원이고, 이 정도면 만 오천 원이라도 무척 경제적인 의사결정이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호. 그리고 무엇보다 사장님이 매우 친절하십니다. 내일은 흑돼지라면을 먹어보려고요. 아 그리고 이곳에서는 김동률 노래가 나오는데 선곡이 매우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쫄깃쎈타 찍고 커피를 마시러

  • 일단 밥도 먹었고, 근처를 둘러보기 전에 “쫄깃쎈타”로 가서 짐을 놓고 나오기로 합니다. 약 3분 정도 걸어서 도착해서 1층에 들어가서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쫄깃쎈타:의 사장님은 과거에 메가쑈킹이라는 만화를 그리신 분이시죠.
  • 아무튼, 오늘 숙박하는데 짐을 두고 가도 되냐고 여쭤보고 여쭤보는 김에 근처에 커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여쭤봤습니다. 근처에 “최마담네 빵다방”이라는 곳이 있다고 하셔서, 걸어갑니다. 걸어가는데 조-금 멉니다. 여기는 아까 내린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더 가깝거든요. 아무튼 걸어와서 드립 커피가 많길래 죽 보다가, 그냥 달다구리한 커피를 먹기로 합니다. 왜냐면 술도 먹었고, 저는 술을 또 먹을 것이고, 밤에도 술을 먹고 내일도 술을 먹을 것이기 때문에, 달콤한 것들을 잔뜩 섭취해줘야 합니다.
  • 특별히, 제가 시킨 커피가 맛있다고 하기는 어렵고요(물론 “단 커피”를 특이하게 맛있게 만드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내일 드립 커피를 먹어보면 정확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사실 저는 커피 맛을 잘 몰라서, 더 모를 수도 있습니다만).
  • 아무튼 가게가 매우 정갈하고 깔끔하다는 생각은 듭니다. 사실 깔끔한 가게는 너무 많지만, 그냥 뭔가 체계 없이, 깔끔하기만 한 곳이 있거든요. 저는 주인의 개성이나, 문화 음 어쩌면 개인 브랜드 같은 느낌이겠죠, 개인 브랜드가 있는 가게를 좋아합니다. 이름부터, 가게의 소품들, 음식들까지 모두 주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선명하게 전달될수록 그 가게에 애정이 가는 것 같습니다. 아니 “최마담네 빵다방”이라니, 이름부터 너무 개성 있지 않나요? 그리고 가게에서는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빨대는 스테인리스로 된 빨대에 나오고, 화장실에는 타월이 없이 작은 손을 닦을 수 있는 수건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가게를 천천히 둘러보면 발견하게 되고, 사장님이 가지고 계신 생각을 조금 가능하게 되죠.
  • 그리고 여기서 키우는 강아지들도 있는 것 같아요. 시베리안 허스키 한 마리와 진돗개처럼 보이는 한 마리가 있는데 진돗개가 엄청 옹옹옹옹옹옹오오옹 이라고 소리를 질러요. 늘 지르지는 않는데 한 번 지르기 시작하니까 ‘멈출 수 없어’의 느낌이군요. 아무튼 귀엽습니다 호호.

체크인하고 점심을 먹습니다

  • “쫄깃쎈타”에 체크인을 합니다. 2인실을 운 좋게 혼자 쓰게 되어서 넓게 쓰게 되었습니다. 방은 넓고, 창문으로 바다가 보여서 기분이 좋네요. 체크인하고 나오는 길에 점심을 어디서 먹으면 좋을지 여쭤 봤습니다. “제주도에서 맛있는 곳은 다 제주시에 있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호호. 하지만 협재가 훨씬 조용하고 좋습니다. “회를 먹을 수 있을만한 곳이 있나요”라고 여쭤 보니, “아마 한림마트에 가서 떠놓은 회를 사서 오시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 일단은 밥집을 찾다가, “안녕 협재씨”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딱새우장비빔밥/통전복내장비빔밥/돌문어장비빔밥 중에서 고민하다가 “돌문어장비빔밥”을 골랐습니다. 아침에도 문어를 먹고, 점심에도 문어를 먹으니까 마치 크라켄이라도 된 기분이군요. 가게는 깔끔한 느낌이었고, 2층 창가 쪽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창가에서 먹으니 비양도가 바로 보이고, 보면서 밥을 먹으니 혼자라도 덜 외로운 느낌이더군요.
  • 밥은, 음 조금 애매했습니다. 리뷰를 찾아보니, 건강한 맛이고, 간이 삼삼해서 간장을 더 넣어 먹으면 좀 낫다 라고는 되어 있는데, 음, 문어가 한 마리가 그대로 들어 있다는 것 빼고는 그다지 또 오고 싶은 곳은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그래도 제주휘트에일이랑 같이 먹으면서 오후를 편안하게 보냈습니다.
  • 여담이지만, “안녕 협재씨”라는 곳에서는 가게 앞에 있는 키오스크를 통해 대기를 예약하면 시간이 되면 카톡으로 “지금 들어오시면 됩니다”라는 서비스가 되더군요. 서비스를 해주는 주체는 테이블링. 원격으로 예약도 가능하도록 진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아직 가능한 식당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지금까지 약 12억 가량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관광지에서는 이 모델이 매우 유용할 것 같습니다만(관광지에서 음식점에 미리 대기를 걸고 근처에서 관광하다가 바로 들어오면 되니까요), 서울 시내에서도 이 모델이 워킹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밥을 먹고 나니까, 테이블링에서 카톡으로 “식사 맛있게 하셨나요? 리뷰 부탁드립니다”라는 코멘트도 왔습니다.

가자, 한림마트

  • 밥을 먹고 나와서, 잠시 고민하다가 “한림마트”를 가보기로 합니다. 그래도 제주도니까 집 근처 마트와는 확실한 차이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걸어서 약 2.3km 정도 되더군요. 문제는 제가 슬리퍼를 신었다는 것인데, 뭐 그냥 걸어갑니다. 걸어가면서 한림읍의 풍경을 보면 되겠지,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걸으면서는 특별한 기억이 없고, 마트에 갔는데도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마트에서 “방어회”를 판다는 것 정도?. 그래서 그냥 아무것도 안 사고 돌아왔습니다.
  • 사실 돌아오는 길에(버스 탔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포항에서 10년을 넘게 살았는데, 포항이 바닷가에 있다고 해서 마트에서 뭐 대단히 새로운 해산물을 팔지는 않으니까요. 조금 더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론인데, 뭐 그렇죠. 아무튼 삼치회는 금요일에 제주공항 근처에서 먹기로 합니다.

다시, “최마담네 빵다방”으로

  • 다시, “최마담네 빵다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제주도에 와서 오랜만에 “이방인”이 된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특별한 것들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이 곳이 마음에 듭니다. 와서 금요일 숙소를 정하고, 금요일에 먹을 것들을 정합니다. 그리고 코딩하던 것들을 몇 개 처리하고 있습니다. 7시 즈음까지는 여기에 있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다른 게스트들이 있으면 같이 맥주라도 한 잔 하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죠(가능하면 소주가 더 좋습니다만).
  • “최마담네 빵다방”의 다른 리뷰들을 보니까, “사장님이 불친절하다”라는 리뷰들이 많더군요. 저는 딱히 불친절하다고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사람들마다 가게를 선정하는 기준이 다르니까요.
  • 저는 단지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에게 친절해야 할 필요는 없다”라고 생각하는 편이고, “고객은 왕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고객도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사람들에게 표해야 하는 감사함이 있으니까요. 오히려 저는 다른 서비스 센터에서 점원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나친 친절함”이 불편합니다. “철저하게 관리된 친절함”이니까요. 고객센터와 같은 곳에서 직원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그 친절함을 교육시키고 유지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 고객센터에 전화하는 진상 손님들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등을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납니다, 제가 겪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사회에서 자주 보이는 구조이니까요.
  • 늘 그렇듯이 이야기가 새고 있습니다. “친절하지 않다”라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부정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다른 친절한 가게를 찾으시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다만, 이런 식으로 확장하다 보면 “그럼 가게가 다 사장님 마음이냐?”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저는 여기까지는 아직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 이어서, 저는 가게들이 “노 키즈존”을 선언하고 “어린이의 출입을 제한하는 방식”에 대해서 이것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 입장은 정리되지 못했지만, “잘못되었다”로 약간 기울어져 있는 상황이나, 저는 애도 없고 가게를 운영해본 경험도 없기에 함부로 말하는 것은 어렵네요.

다시, 쫄깃쎈타

  • 돌아왔습니다. 저녁을 먹었어야 했는데, 혹시 와서 보면 누구 안 먹은 사람이 있나 싶었는데 없더군요. 그래서 일단 빨래를 돌리고, 맥주를 한 캔 땄습니다. “쫄깃쎈타”는 특이하게 모두의 냉장고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다시, 냉장고에 넣은 것은 게스트 누구라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이죠. 어멋, 공산주의인가! 싶지만, 선한 사람들이 대다수라서 운영이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오늘 맥주를 두 캔 먹었으니, 내일은 몇 캔 채워 넣도록 하겠습니다.
  • 맥주를 까서 먹는데 다들 각자의 일을 하는 분위기이길래 저도 그냥 책장에 있는 책들 중에서 몇 개를 골라서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동화책+만화책 위주로, “엄마는 해녀입니다”, 고사리 가방”, 우리는 친구”, “파도야 놀자”를 읽었고, 박정민이 쓴 수필인 “쓸만한 인간”을 읽었습니다. “엄마는 해녀입니다”, “고사리 가방” 이 두 권이 제주도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만화인데, 중간중간 울컥하는 부분도 있으면서 읽었습니다. 나중에 집이 생기면 사서 책장에 꽂아두고 싶어요.
  •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사람들은 늘 여행을 와서도 여행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내일 어디 가면 좋을 것 같아요”가 아니라, 해외의 어떤 지역이 좋아요, 라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즐거워 하더라고요. 그다지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 정확히는 휴양을 좀 더 좋아하는 저는 늘 그런 분위기가 낯섭니다. 바쁘게 지내는 건 다른 곳에서 이미 충분히 하고 있으니까요. 가끔은 “나는 그렇게까지 여행을 열심히 다니고 싶지 않은데, 내가 이상한건가”라는 생각 또한 듭니다. 저는 그냥 제주도에 별장 하나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소박하지 않은, 꿈이 있습니다 호호.
  • 그리고 방에 올라오는 길에 책을 두 권 가지고 올라왔습니다 ‘제주도의 게스트하우스’와 ‘말의 품격’. 하지만 역시나, 한 권도 안 읽고 놀고 있습니다 호호. 제가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런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어떤 사회적 자아가 있어요.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고, 혼자 있을 때 나오는 모습이 있죠. 사실 사람들 앞에 있으면 책을 더 읽고 집중하려는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카페에서 공부하면 아무래도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고요.
  • 아무튼 그렇게 누워 있다가 잠이 안 오길래 유튜브를 켜고, 유튜브에서 케인이 킹오파 하는 걸 보다가 잤습니다. 하하. 내일도 계획은 없습니다. 일어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할 생각입니다.

댓글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