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yconkr2018 후기
파이콘 너무 좋아요 쿠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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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파이콘에 다녀 왔습니다. 작년에는 참가자였는데 올해는 어쩌다보니 발표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다보니’라는 말이 약간 수동적이고 방어적으로 표현된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작년에 파이콘을 다녀온 다음에 ‘꼭 파이콘에서 발표를 하겠다’라고 결심했었습니다. 그러함에도 수동적으로 표현한 것은 ‘제 실력’에 비해서 과분한 것이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겠죠. 발표 시작 직전까지도 약간,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발표를 죽 보면서 ‘내가 여기서 발표해도 괜찮을까? 내가 발표할 내용은 너무 특이하고 이상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더 많이들었습니다. 이번 파이콘의 모토가 ‘Dive into Diversity’니까 나처럼 이상한 걸 하는 사람도 있어야지 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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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쫄아서 한 10명이나 들어올까 싶었는데 한 80명 정도는 들어온 것 같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했던 건 처음이었어요. 그저 떨리기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중간중간에 좀 설레임이라고 할까요, 그런 기분들도 들어서 좀 놀랐습니다. 단 몇 가지 놀랐던 점들은 내가 생각한 개그포인트와 청중들이 느끼는 개그 포인트가 달랐다는 것인데요, 저는 그냥 말하는데 사람들이 막 웃는다거나, ‘이건 무조건 웃겨’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안 웃는다거나, 뭐 이런 일들이 좀 있어서 당혹스러웠습니다.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긴장해서 발표를 후다닥 해버렸다는 것. 시간을 좀 더 주고 여유있게 하는 습관을 들여야 겠어요. 발표할 때는 왜 그렇게 늘 머리는 비워지고 말을 빠르게 하게 되는건지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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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가 끝난 다음에 예상보다 질문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데이터는 어떻게 모으셨는지, 이런 분석을 해보시는 것은 어떤지, 질문이 많아서 더 행복했어요. 이 사람들이 진짜 재밌게 들었구나, 그러니까 이렇게 질문을 하는 것이겠지 라고 생각하고 나니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 준비해온 것을 발표한다는 것이 원래 이렇게 신나는 것이었지, 라는 생각을 다시 했어요.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행복했던 경험이었어요. 내년에도 다시 또 재밌는 것을 준비해서 발표해보려고 합니다. 발표 이후에 모르는 분들이 저한테 인사를 하신다거나, 명함을 주고 가신다거나 하는 일들이 있어서 신기했어요. 파이써니스타들에게 늘 도움만 받았던 것 같은데, 저도 도움을 준 것 같아서 더 뿌듯했구요. 사실 저는 ‘내가 왜 파이썬에 이렇게 빠지게 된걸까’라는 생각을 종종 했어요. ‘C나 java는 언어만의 철학이 있다, 그런데 파이썬에는 무슨 철학이 있는데?’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 대답이 항상 어려웠거든요. 솔직하게, ‘그냥 쉬운 언어’라는 말 빼고 내가 여기에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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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콘을 다녀와서는 대답을 어느 정도 찾은 것 같아요. 파이썬이라는 언어의 철학은 ‘더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래밍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이러한 커뮤니티들, 연대. 연대 라는 것이 파이썬의 핵심이 아닐까 싶어요. 제 마음대로 지식의 해체 까지 도 표현하고 싶어요. 공고하게 있던 거인의 어깨를 어떻게 낮출 수 있는가, 무엇으로 낮출 수 있는가 그것에 대한 대답이 파이썬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대답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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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료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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